황희 선임기자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 이하 ‘체육회’)는 지난 12월 MMA 종목의 가입신청을 받았다. 이후 체육회는 두 단체, 대한MMA연맹(회장대행 박평화)과 B단체를 후보 조직으로 선정했으나, 3월 31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보류’ 결정을 내리며 최종 회원종목단체를 선정하지 않았다.
‘보류’의 이유는 양 단체 모두 체육회 가입․탈퇴 규정 제3조에 제시된 8개 가입요건 중 2개 요건을 만족시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전국을 대표하는 해당 종목 단체일 것, ▲전국을 총괄하는 권위와 지도력이 인정되는 종목단체일 것). 시도체육회 요건(▲올림픽 또는 아시안게임 종목은 1개 이상의 시‧도종목단체만 해당 시․도체육회에 가입되어 있으면 가입 신청할 수 있다)을 포함한 여타 규정은 양 단체 모두 충족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는 자체 규정을 근거로 회원종목단체를 심사 중이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스포츠외교 전문가들은 체육회가 올림픽 무브먼트에 무지한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 올림픽 헌장 제4조 제29호
국제스포츠계 최상위법은 올림픽 헌장(Olympic Charter)이다. 대한체육회를 포함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Kirsty COVENTRY)에 가입한 206개 국가체육회(NOC)들은 이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올림픽 헌장 제4조 제29호는, 국가종목단체(NF)가 국가체육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목별 국제연맹(IF)에 "반드시"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MMA 종목의 국제연맹은 국제MMA연맹(Global Association of Mixed Martial Arts)이다. 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둔 본 기구는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의 회원단체이고, 스포트어코드(SportAccord)와 국제도핑검사기구(ITA)의 전략적 파트너이며, 국제스쿨스포츠연맹(ISF) 등의 국제멀티스포츠이벤트에서 MMA 경기를 주관한다. 스포트어코드는 종목별 대표 국제연맹에 “닷스포트(.sport)” 도메인 사용 권리를 부여한다. 국제MMA연맹의 웹사이트 주소는 ‘www.gamma.sport’다.
또 한 조직, 세계레슬링연맹(United World Wrestling)도 MMA를 세부종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본 기구는 국제MMA연맹의 행보에서 한발 더 나아가, MMA를 2028 LA 올림픽과 2032 브리즈번 올림픽 종목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IOC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레슬링연맹은 IOC, WADA, SportAccord, ASOIF 등 ‘국제스포츠기구’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조직에 가입된 사실상 ‘최상위 핵심 국제연맹(IF)’ 중 하나이다.
대한MMA연맹은 국제MMA연맹의 회원단체이자, 세계레슬링연맹의 세부종목인 MMA, 판크라티온, 그래플링을 주관하는 회원단체다.
이에 대해 한 스포츠외교 전문가는, “올림픽 무브먼트 관점에서 봤을 때 대한체육회는 국제연맹(IF)에 가맹된 종목단체(NF)만 심사 대상으로 올렸어야 맞다.” “해당 연맹이 체육회 가입에 필요한 여타 요건을 갖추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그 이후에 단독으로 심사되었어야 할 일이다.” “한국 국적 IOC 위원이 2명이나 이사로 포함되어 있고, 조직의 수장 역시 IOC 위원을 역임한 적이 있음에도, 올림픽 헌장에 무지한 듯한 이런 식의 업무 처리 과정이 이해하기 어렵다.” “2036 전북올림픽 유치 추진으로 예민한 시점에 체육회가 올림픽 헌장 위배의 선례를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차기 이사회를 이달 중 개최해 MMA 종목 회원단체에 대해 재차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양 MMA 단체는 사실상 ▲전국을 대표하는 해당 종목단체라고 볼 수 없고, ▲전국을 총괄하는 권위와 지도력이 인정되는 종목단체라고 볼 수 없으며, ▲아시안게임 종목 자격으로 1개 이상의 시‧도종목단체가 해당 시․도체육회에 가입되어 있어 시․도체육회 요건을 동일하게 충족하고 있다.
대한MMA연맹 관계자는 “지금은 아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다만, 체육회가 올림픽 헌장에 위배되는 결정을 내리면 이에 대해 국제MMA연맹 및 세계레슬링연맹과 함께 IOC 윤리및법준수사무국(국장 Giuseppe Deleonardis), IOC 윤리위원회(위원장 Patricia O'Brien),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회장 Michael B. Lenard OLY) 등의 상위 기관에 의견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